청춘의 한 컷 / / 2023. 2. 15. 01:22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줄거리, 결말, 감상평 (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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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공식포스터

제 인생 한국 최고의 멜로영화를 꼽으라면 1순위로 8월의 크리스마스를 꼽을 텐데요 오늘은 저와 함께 1998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기로 합시다. 

담담하게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는 정원과 그의 정리하는 일상에 뛰어든 그녀 다림의 잔잔한 사랑이야기

정원은 시한부 판정을 받고 언제부턴가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었다. 그날 다림을 만난 날 또한 그랬다. 주차 단속요원인 다림은 사진인화를 자주 해야 했고 어느 날 초원사진관에 찾아온다. 그리고 다름 아닌 초원사진관의 사진사는 정원이었다. 인생의 흐릿한 날에 나에게로 다가온 사랑. 정원은 그럼에도 풋풋하게 대하기만 할 뿐 사랑한다는 고백조차 하지 않는다. 이건 홀로 남을 다림에 대한 배려인 것 같은데 자신이 시한부인 것조차 고백하지 않는 것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그래서 이 영화가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 할 인생멜로 영화가 된 이유도 있겠지만 담담하게, 잔잔하게,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내고, 정리하고 오히려 절제해서 더 쓰디쓴 약같이 느껴졌던 정원의 삶은 다림이 찾아온 그날부터 한 겹 한 겹 사랑이 쌓여가기 시작한다. 마지막 정원의 독백이 명대사로 남았고 당신은 추억이 되질 않는다는 그 말이 사무치는 것은 정원과 다림을 연기한 두 사람의 조합과 연기력의 시너지가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름에서 겨울까지 두 사람이 이어졌던 구간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그대로 시간이 정지했으면 좋겠다고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이나 생각했었다. 세기말 영화여서 더 레트로한 느낌이 있어 90년대를 추억하기에도 좋은 영화였다. 그 시절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들을 가능케 했던 영화였으니까, 이 영화에 서서히 스며들어 잠식되어 버린 나에게는 배우들의 오버스럽지 않고 담백했던 연기가 잔상에 남는다. 아이스크림을 먹던 것도 두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것도 그들의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림이 정원이 아픈 것을 알았다거나 정원이 다림에게 고백을 했다면 영화는 이렇게 회자되지는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좀 더 두 사람에게 시간이 남아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오히려 두 사람의 시간이 짧았기에 다림은 다림 이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장미 덩굴이 아니라 건물사이에 피어난 장미여도 장미는 장미이듯이 여전히 배우 심은하는 배우 심은하고 배우 한석규는 배우 한석규다. 두배우가 왜 레전드로 남았는지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절절하게 깨달았다. 잔잔함뒤에 오는 깊은 여운은 정말 어려운 법이라는 걸 나이를 먹은 이제는 진심으로 알기에 이 영화는 내게 최고의 멜로 영화로 남았다. 그 당시 신인감독이 데뷔작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또한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2013년 리마스터링 되어 재개봉될 정도로 개봉당시 상당한 화제작이었고 여우주연상, 최우수작품상을 휩쓸었었다. 1998년의 영화가 2023년에도 최고의 멜로 영화로 회자될 정도라니 모르시는 분들은 신기하겠지만 한번 보세요. 확실한 건 20대 중반은 넘어야 이 영화에 온전히 빠지게 될 거라는 걸 장담합니다.

나의 인생 최고영화 감상평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는 술자리에 가면 매번 맥주대신, 또는 소주대신 콜라를 마시곤 하는데 목을 탁 쓸고 내려가면서 "캬아"하는 그 느낌이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뜻하는 단어, 의성어였기에 그 느낌 그대로 소주 한잔의 고단함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 인생에서 한자리에 차지했던 8월의 크리스마스 정원역의 배우 한석규가 떠올랐다. 내 한국 최고의 멜로영화 공식은 단연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손에 꼽고 싶다. 1998년도는 나도 어릴 때여서 2013년 리마스터링 개봉 때 영화관에 가서 처음으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나서 마음의 방에 문을 꼭 닫아두고는 한 번도 열어보지 못했다. 너무 가슴 아파서. 남자주인공 한석규가 맡은 정원의 마음이 너무 아프고 쓸쓸해서 나는 배우 한석규가 부른 ost만 한동안 들었던 것 같다. 여자주인공 심은하가 맡은 다림은 영화 속 나이 스무 살 답게 새침데기 느낌으로 나와서 잔잔한 느낌의 담백한 영화에, 시한부 삶을 살고 있어 일상과 인생을 정리하는 흑백으로 가득 찬 정원의 일상에 색상을 하나씩 입혀주는 통통 튀는 역할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한 번의 잔상이 너무 강해서 두 번은 못 보겠는 영화였다. 나는 그 잔잔함에 서서히 매료되어 정원과 다림이 은행나무 숲길을 걷는 가을이 왔을 때 두 사람의 영화 속 분위기가 너무 아름답고 예뻐서 시간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관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계속 울었다. 눈물이 나도 모르게 차올라서 흘러내린다는 표현이 맞는 말이었다. 가슴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선명한 기억이었다. 다림 이가 겨울에 초원사진관에 와서 자신의 증명사진을 보고 웃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슴앓이 했을까 싶어서 마지막 영화의 장면마저 긴 여운을 남겼다. 끝나고 나서 밀려오는 파도 같은 큰 여운이 가슴에 남아 나는 이 영화 얘기를 꼭 나누고 싶었다. 기회가 되어서 나눌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았다. 영화의 촬영지인 군산의 초원사진관도 가보는 게 나의 소소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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